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당황하게 됩니다. 특히 채식주의자이거나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닐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약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고지혈증은 왜 생기는가? — 발병 원인과 LDL 콜레스테롤의 진실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나면 많은 분들이 "내가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채식을 실천하고 매일 산행을 즐기는 사람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콜레스테롤의 생성 원리에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즉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수치는 우리 몸 안에서 약 70%가 간에서 자체적으로 합성됩니다. 나머지 약 30%만이 음식을 통해 섭취됩니다. 이 말은 아무리 식습관을 철저히 관리하더라도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기능이 활발하다면 수치가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채식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지혈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고지혈증은 혈관의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노화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변화하게 됩니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의 경우 50대 이후가 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간암이나 간경화처럼 간 기능이 저하된 분들에서는 오히려 LDL 콜레스테롤이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고지혈증이 위중한 병인지 묻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조용한 위험 인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94년 발표된 4S 연구를 기점으로 수십 년간 축적된 대규모 연구 결과들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 30%, 심혈관계 사망은 약 50% 감소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럽 심장학회가 2017년에 발표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200만 명 이상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2천만 인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질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비례하여 높아진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었습니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코호트 연구들은 특정 인구 집단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상관관계는 보여줄 수 있어도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역인과 관계 오류, 즉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인데 마치 LDL이 낮아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작위 대조 시험을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동일한 결과를 확인한 연구들이 LDL 콜레스테롤 저하의 유익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고지혈증 관리의 핵심 — 올바른 식습관 관리와 운동
고지혈증 진단 이후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생활 습관의 개선입니다. 채식주의자이고 운동도 충분히 하는데 왜 콜레스테롤이 높냐는 질문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 습관 관리만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완전히 정상화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습관 교정은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식습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화 지방산의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총 에너지 섭취량 중 포화 지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 증가하면 LDL 수치가 약 0.8에서 1.6 높아진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한국 이상지질혈증 진료 지침에서는 포화 지방산 섭취량을 총 에너지 섭취량의 7%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합니다. 실생활에서 적용하기 쉬운 방법으로는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줄이고 살코기 위주로 섭취하는 것입니다.
트랜스 지방은 마가린, 쇼트닝, 과자, 튀김류 등에 많이 들어 있으며 포화 지방산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LDL 수치를 상승시킵니다.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는 트랜스 지방 섭취를 에너지 섭취량의 1%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트랜스 지방 섭취량은 낮은 편이므로 해당 식품을 지나치게 즐기지 않는다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식이섬유는 하루 25g 이상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현미밥 한 공기에 약 5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으며, 나머지는 곡물, 야채, 과일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라면 이미 식이섬유 섭취는 충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란 노른자나 오징어에 많이 포함된 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연구에 따르면 식품 내 콜레스테롤이 LDL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마다 달라 포화 지방산이나 트랜스 지방산에 비해 그 영향이 적습니다. 진료 지침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섭취량 제한을 제시하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적절히 섭취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버터나 돼지기름, 쇼트닝 대신 옥수수유, 올리브유, 들기름, 대두유, 해바라기유 등의 불포화 지방산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 불포화 지방을 섭취하더라도 오메가 6에만 치우치지 않고 오메가 3이 풍부한 들기름, 견과류, 생선도 함께 섭취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포화 지방을 탄수화물로만 대체하는 것은 건강상 이점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올바른 영양소로의 대체가 핵심입니다.
운동 측면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고지혈증 관리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합병증이 없다면 중강도로 주 5회 30분 이상, 또는 고강도로 주 3회 2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권합니다. 중강도란 옆 사람과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힘든 정도이며, 고강도는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를 말합니다. 산행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지만, 생활 속 신체 활동을 더욱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점심 산책, 등산, 트래킹 등 더 많이 움직이고 덜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이 고지혈증뿐 아니라 비만,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수많은 만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스타틴 약물,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가? — 치료 기준과 부작용 관리
고지혈증 진단 이후 가장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스타틴 약을 꼭 먹어야 하는가"입니다. 병원에서 무조건 약부터 처방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상지질혈증 진료 지침에 따르면 저위험군에서는 생활 습관 교정부터 시작하고, 위험도가 높을수록 LDL 수치가 낮아도 투약을 시작한다는 원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계없이 바로 약을 투약하는 것은 급성 심근경색증과 같이 중한 질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개인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요 위험 인자로는 나이, 관상동맥 질환의 조기 발병 가족력(아버지 55세 이전, 어머니 65세 이전 발병), 고혈압, 흡연, HDL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있습니다. 위험 인자가 한 개 이하라면 LDL 콜레스테롤 160 미만, 두 개 이상이라면 130 미만으로 낮출 것이 권고됩니다. 뇌혈관 질환, 말초동맥 질환, 경동맥 질환, 복부 대동맥류 환자는 70 미만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 질환 환자는 55 미만을 목표로 합니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에 필수적인 효소를 차단하여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입니다. 혈관 기능 개선과 염증 수치 저하 효과도 있어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아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근육통은 연구에 따라 약 1%에서 많게는 30%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일정 부분 노시보 효과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노시보 효과란 환자가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가질 때 실제로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제로 위약을 스타틴이라고 속이고 투여했을 때도 근육통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근육통이 며칠 쉬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피검사로 근육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종류를 바꾸면 대부분 호전됩니다.
둘째,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입니다. 당뇨병 전단계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스타틴을 복용하면 당뇨병 발생 시점이 평균 약 한 달 앞당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틴으로 얻는 심혈관 질환 위험 및 사망률 감소 효과가 당뇨병 조기 발생이라는 부작용보다 훨씬 크며, 혈당은 당뇨병 약으로 비교적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간수치 상승은 스타틴 복용 환자의 약 0.5에서 2%에서 발생하지만 역시 용량 조절이나 종류 변경으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간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회복됩니다. 정기적인 간기능 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스타틴 복용 중 부작용이 의심된다면 임의로 약을 끊기보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시판 중인 스타틴의 종류는 다양하며, 각각 효능과 부작용 프로파일이 다르기 때문에 한 종류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종류로 바꾸면 잘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격일 복용이나 용량 감량 등의 방법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스타틴은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효과가 입증된 중요한 치료제입니다.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복용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위험도와 검사 수치를 바탕으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복용 여부와 목표 수치를 결정하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적절한 조정을 통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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